바다에 띄워 보내는 이야기
유라 앨렌 그로스 11세 본문
"그러지 말고 내 얘기 들어, 이 얼간아!"
† 이름 †
유라 앨렌 그로스
Yura Ellen Groce
† 나이 †
11세
† 외관 †
독기 찬 눈, 이죽이는 입매, 눈의 색을 똑 닮은 붉은 머릿칼. '예쁘장' 하게 생겼다기엔 너무 사나웠다. 꾸미기에는 관심을 멀리 한 듯 엉망으로 헝클어진 단발머리는 겨우 목덜미를 덮는 길이다. 옷가지도 다름없다. 헐렁한 셔츠에 밑단을 꼬매지 않고 엉성하게 직접 기운 반바지를 입었다. 눈에띄는 건 유독 손발이, 따져보니 뼈대도 꽤 큼지막하다. 깡마른 탓에 커다란 몸의 마디마디는 더더욱 도드라진다.
한 쪽 손목에는 분홍끼가 도는 낡은 스카프를 맸다.
† 키 / 몸무게 †
141cm / 29kg
† 성별 †
여자
† 국적 †
영국 글로스터셔 주
† 성격 †
날 서있는 / 냉소와 체념 / 대담한 행동
*날 서있는 / "넌 지금 그걸 생각이라고 하냐?"
오는 말이 고와도 유라의 말씨는 참 나빴다. 시덥잖은 말을 들으면 오래 참지못하고 욱하고 거친 말을 쏘고야 만다. 늘 들려오는 이야기나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는, 저보다 다섯살은 많은 다른 여공들에게 덤태기만 당하는 셈이었으니까. 구두약 공장에서 3년간 자라 온 생존방식이 성격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늘 예민하고, 금방이라도 긁히면 닳아 없어질 듯 한껏 날을 갈아선 뾰족하다. 태생이 그나마 좀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내심이 있었다면 예민하더라도 괜찮았을 것을. 인내는 커녕 공장주 같은 어른들 앞에서 입다무는 눈칫밥이 고작이라, 말도 행동도 속에서 정교하게 정리하지 못하고는 그냥 있는 그자리에서 펑 떠뜨리고야 마는 것이다. 어쩌면 열 한 살 아이에게 그 이상의 지혜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글로 읽은 것이라고는 거리에 뿌려지는 뜻 모를 사상지, 그리고 공장 생산라인의 제품 리스트 정도였으니.
*냉소와 체념 / "하! 웃기지 말라그래. 해봤어? 네가 해봤냐구."
거창한 꿈, 역사, 삶. 자유. 자유. 듣고 본 적이 있었으나 제 것일 수 있다 가르쳐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어른이 아니었을지라도 괜찮았을텐데. 공장숙소에서 함께 머무르는 룸메이트는 있었으나 동료가 될 수는 없었다. 유라는 혼자를 가꾸고 혼자 자랐다. 8살부터 홀로 옷을 빨고 양말을 개고. 얼굴에 묻은 구두약을 닦느랴 저녁 내리 물에 분 손으로 뺨을 벅벅 긁으며 열 한 살이 된 유라는 그 루틴이 고스란히 제 삶으로 박제되었음을 알았다. 알았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유라는 제가 상표 붙이는 고급 구두약이 윤기나게 발리고 닦아질 누군가의 날렵한 신사용 구두를 상상할 수 있지만, 제 작은 발에 들어맞을 고운 구두는 상상하지 못한다. 이미 세상물정을 알았다기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고, 영영 세상을 모른다기엔 꿈을 꿀 수 없었다.
*대담한 행동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말이 쏘이고, 말이 쏘아 나가기 전에 눈을 부라리고 삿대질 하며 정강이를 걷어찬다. '그것 보라지! 누가 나한테 덤비래!' 표독하게 콕콕 찌르는 말은 그 다음이다. 일단 몸부터 치고나가는 것은 숙소가 있는 빈민가 주변, 제 나잇대 아이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잘 먹히는 방법이다. 유라는 순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 기민하게 눈치채는 아이였으나, 누가봐도 무리스러운 상황ㅡ공장주 같은 권위있는 성인, 혹은 군인ㅡ 이 아니라면 일단 달려들고 우악스럽게 얼굴을 할퀴고 본다. 다른 방식의 타협이 없다. 제가 뺨을 맞으면 상대 정강이에 시뻘건 피멍을 들게는 해야 직성이 풀리는거다. 이런 자잘한 폭력성 뿐 아니라, 이웃 집의 내일 치 빵을 훔쳐 먹는다거나, 자길 괴롭히던 여공이 아끼던 스카프를 훔쳐 베갯잎 사이에 끼워 놓는 것 또한 유라의 대담함이다. 선악 구분 없이 살아남고자 뛰어드는 불나방같은 면모였다. 이쯤되면 대담한게 아니라 나쁜 짓, 순 깡패아닌가. 그러나 이것을 옳고 그른 일의 범주로 재려면, 대담한 선행을 유라에게 베풀지는 않더라도 실천해서 보여주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 기타 †
*고아원, 그리고 공장.
2살 때 고아원에 버려졌다. 7살까지 탁아소 형식의 고아원에서 자라며 간단한 수공예 작업들에 대한 기술을 배우다가, 8살부터 구두약 공장으로 보내졌다. 이후엔 빈민가에 마련된 여공들의 숙식처에서 생활하며 낮밤으로 공장을 오간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은 한다.
*알데히드에 대한 인식 : 경계. 그러나 호불호를 따지면 호.
같은 방에서 머물렀던 5살 위 여공 하나가 갑작스레 도망친 적이 있었다. 없을만한 일도 아니지만 흔한 일도 아니기에, 밖에 살림을 두고 남자를 만나 나간 것이 아니냐, 공개키 어려운 후원자가 생겨 야간도주를 한 것이 아니냐는 등 저속한 소문만 무성했다. 근원없는 소문이 으레 그렇듯 모두의 관심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그렇게 잠잠해져 가던 3일 째. 갑작스럽게 대낮에 돌아온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술렁였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고 공장주 옆에서부터 걸어나오던 그녀를, 유라는 기억한다. 그때의 낯설음, 새삼스레 느낀 이방인의 공기. 그 아이는 곧 알데히드와 연결된 사업체로 넘어간다하여 오래 보지 못했지만, 며칠 간 확 다른 사람처럼. 어쩌면 든든한 부모나 신이 곁에 있는 아이처럼 바뀐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질이다른 소문은 아주 정확하고 끈질기게 오래 남았다. 그녀가 몰래 모아온 돈으로 버밍엄까지 도망쳐나와 '그' 교회 앞에서 어떤 선언을 한 덕분에 공장주도 감히 그녀를 함부로 못하는 것이었다던 이야기다.
알데히드에 대한 것을 처음듣는 것도 아닌데, 뜬구름 으로 들은 소문과 그 소문을 직접 겪고 온 아는사람이 있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친한 사람도 아니었으니, 왜 갑작스레 변했냐는 당황이나 네가 돌아와서 기쁘다는 재회의 기쁨 같은 것이 없었는데도 그랬다. 그러나 그 기묘한 분위기의 변화는 그저 행복해진 사람이라기엔 석연치 않았다. 제가 열네 살이 되어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곳은 막연히 아이를 돕는 자선가 집단이란 말인가. 답대신 찜찜한 기분만이 남아있었다.
† 작은 재능 †
<단기 암기력> 이 월등히 뛰어나다.
10분 이내라면 한번 외우기로 작정한 것을 '이미지' 로 그대로 모사할 수 있을 정도.
† 선관 †
X
† 비밀 설정 †
전체적인 키워드: 외강내유
*대담한 행동 ,그리고 … [자기파괴적인]
헌신은 아니다. 자기자신을 아주 소중히 아끼느라 남을 팔아먹을 만큼 스스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닐 뿐이었다. '소중하다' 가 아닌 '유용하다' 라는 수식어만 듣고 살아온 고아에게는 당연한 사고가 아닌가. 자기중심적인 세계, 자신을 구축하는 단계를 겪기도 전에, 이미 유라는 어찌됐든 생존이 우선인 것으로 제 겉 껍질만 겨우 지으며 자랐다. 생존을 끝없이 생각해야 하는 삶. 제 삶을 살아가는데 어찌됐든 전전긍긍 노력하지만, 목적없이 필사적으로 유지하려는 것은 어느순간 툭 끊기기도 쉽다. 속 없는 겉껍질은 쉽게 허물어진다. 이러한 바탕에서 도출되는 자기파괴적인 성향은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하는 편에 가깝지만, 저렇게 예민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아이가 왜 때때로 대담함 내지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르고야 마는지, 곁에서 지켜본다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성장 방향 †
체념이 몸에 박힌 아이지만, 그것은 정말 유라가 모델링 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너무나 작은 행동반경(구두약 공장과 빈민가 여공들의 숙식처)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유라는 주체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자유를 꿈꾸는 아이를 만나게 될 경우 깊게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이 있습니다. 늘 날서있으면서 상황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긴밀하게 파악하고, 행동하기로 마음 먹었을 땐 대담하게 앞서기도 하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 협력할 경우 빛날, 적히지 않은 재능 중 하나입니다. '너를 믿어 유라, 잠시 5초를 세는거야. 그리고 움직이자.' 라고 말해줄 친구가 있다면, 누군가의 손을 이끌어 잡고 나아갈 수 있는 아이입니다.
다정한 아이를 만난다면, 그 다정을 낯설어 할 것입니다. 그리곤 이내 제가 갖지못한 것에 대한 동경-열등감을 느끼고 부러워 할 것 같아요. 그러나 유라는 속이 많이 곪았지만 그것으로 끝날 아이는 아닙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예민한 아이인만큼 상대방의 다정을 쉽게 알아차리고, 그것을 혼란해하며 욱하기도 해봤다가, 그러다 보면 점차 깨닫는 순간이 올 것 입니다.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이번 러닝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어떤 외부 상황의 반전 혹은 심화때문에 극복하거나 더 침울해지기 보다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이야기하고 나누는 시간들을 통해 유라가 자신만의 욕구를 갖기 시작하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 소중한 것 †
*열 손가락.
특별한 재주가 있어서는 아니다. 다만 제 또래 애들보다 몇 배는 빠르고 정확하게 공장 일을 해내며, 생쥐취급을 당하더라도 그나마 쓸모있는 생쥐로 남아있을 수 있던건 모두 큼지막한 손가락 덕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일처리를 잘한다는 평가는 손재주가 있어서 라기 보다는 꽤 영민한 머리의 문제겠지만, 소모품으로 스스로를 낙인찍은 유라에겐 자기 스스로를 남의 눈으로 바라보고 재단하는 편이 익숙하다.